사이드프로젝트

우리, 이제 글을 쓰기로 했다

Seoul AI Club ·
#회고#시작

우리, 이제 글을 쓰기로 했다

3월 24일 화요일 밤 9시. 여느 때처럼 다섯 명이 모였다. 각자 지난주에 해본 걸 공유하고, 새로 발견한 걸 자랑하고, 안 된 걸 투덜대는 시간. 그런데 이번 주는 분위기가 좀 달랐다. 누군가 말을 꺼냈다. “우리, 이걸 글로 써보면 어때?”


각자 만들고 있는 것들

모임은 늘 그렇듯 “이번 주에 뭐 해봤어요”로 시작했다.

은지는 팀 안에서 실험실 같은 걸 만들고 있었다. 슬랙봇과 Claude를 연결해서, 슬랙에서 이모지 반응을 하면 시트에 백로그가 쌓이고, 실험 결과와 레슨런을 컨플루언스에 자동으로 정리하는 구조. 지금은 “그때 봤던 스레드 어딨지? 문서 어딨지?” 하면서 헤매는 상태인데, 그걸 없애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간단한 프론트 작업에 agent-browser를 쓰고 있었다. 페이지별 스크린샷을 찍고 시안과 비교하는 걸 반복시키는 방식. 결과물을 보여줬는데, 생각보다 꽤 잘 나왔다.

치은은 요즘 빠져 있는 두 가지를 공유했다. 하나는 Claude Agent Teams. 여러 AI 에이전트가 역할을 나눠서 동시에 일하는 구조인데, 이걸로 VOC 리포트 퀄리티가 올라가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른 하나는 tmux. 클로드 한 터미널 안에서 여러 개를 동시에 돌릴 수 있게 됐다. 오래 걸리는 작업 하나 시켜놓고, 옆 세션에서 또 다른 걸 시키는 게 가능해졌다. 그리고 유저 리서치 raw 데이터를 버추얼 리서치 연구자들이 분석해주는 스킬도 보여줬다.

주형은 주식 대시보드를 계속 다듬고 있었다. 워렌 버핏과 모니시 파브라이의 투자 철학 기반으로 분석 결과를 생성하는 구조. 이번에는 TQQQ 무한매수법의 파라미터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했다. awesome claude skills를 활용해서 코드 마이그레이션도 진행 중이었다.

도연은 두 가지를 들고 왔다. superclaude와 랄프 루프라는 플러그인 조합. “랄프 루프 정말 좋은데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이 웃겼다. taskmaster 같은 것도 다 써봤는데, 이 조합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그리고 공방 사장님을 위한 툴을 만들고 있었다. 아직 진행 중이지만, 실제 사용자를 상상하면서 만드는 게 보였다.

선민은 자기 업무에서의 발견을 공유했다. TC와 더미 데이터 생성에 Claude를 쓰고 있는데, 핵심은 검수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것. 더미 데이터는 meta 정의만 잘 하면 잘 만들어주지만, 테스트 케이스는 사람이 확인해야 한다. 카드 매니저 서비스에서 상품설명서를 크롤링할 때는 브라우저 console에서 response 구조를 파악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나중에 case별 크롤링 로직을 skills.md로 만들어봐야지”라는 말도.


그런데 이번 주,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다

공유가 끝나고, 평소와 다른 대화가 시작됐다. 각자 만들고 실험하는 건 많은데, 이걸 밖으로 내보내고 있지 않다는 자각이었다.

치은은 회사 업무를 어떻게 효율화하고 있는지, 그 과정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어디에 올릴지는 아직 모르겠다. 티스토리? 직접 만든 HTML 사이트?

은지는 비슷한 고민이었다. 회사 안에서는 공유하고 있는데, 밖에서는 아직. 단발성으로 해본 것들이 쌓여 있는데, 개선 스토리를 한 곳에 모으고 싶다고 했다. “Git에 모으자! 만족!” — 은지의 결론은 명쾌했다.

주형은 좀 달랐다. 무엇을 만들었는지보다,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쓰고 싶다고 했다. 도구 소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견한 감각 같은 걸.

도연은 둘 다 좋지만, 비중은 콘텐츠를 한번쯤 해보고 싶다는 쪽이었다.

방향은 다 다른데, “글을 써보자”라는 감각은 같았다.


그래서 숙제가 생겼다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뉘었다.

  • 주형 — 올리고 싶은 글 써오기
  • 치은 — 알아서 글 써주는 스킬 만들기
  • 은지 — md 형식으로 정리하는 스킬
  • 도연 — 깃 정리하고 배포 방법 조사하기

“나는 ‘OO’에 ‘OO’에게 공유하고 싶다” — 각자 이 문장을 채워보기로 했다.

배포 방법으로는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티스토리도 괜찮을 수 있고, 그냥 웹사이트나 블로그를 만들어도 되고. 시계열 순서로 쌓으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도. 공유용 깃헙 — 마크다운 문서 작업용 — 이라는 아이디어에 다들 반응이 좋았다. 도큐사우루스라는 이름도 나왔다.

재밌는 건 “어차피 글은 AI가?” 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는 것. 글을 쓰는 것조차 AI 도구의 실험 대상이 된 셈이다.


회고라는 이름의 수다

모임 마지막에는 짧은 회고를 했다. 이 스터디를 3개월째 하면서 어떤지.

은지는 “사내에서는 공유하는데 아직 밖에서 경험이 없어서, 피드백 주고받으니 좋다”고 했다. 선민의 도메인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밌다고.

주형과 치은은 비슷한 말을 했다. “다른 분들이 쓰는 거 보면서 소소한 팁을 얻는다. 예전만큼 시간을 못 써도 괜찮다. 피곤해도 아직 부담되지 않는다. 가벼워서 좋다.” 주형은 “이게 있어서 오픈클로를 해봤다”고 했고, 치은은 “이게 있어서 Antigravity를 써봤다”고 했다.

개선점을 물었더니, “지금 정도 딱 좋다”는 답.

그 외에 나온 아이디어들 — 좋은 아티클 같이 이야기해보는 시간, “내꺼 같이 봐주세요” 세션, 다른 사람 초대 (6명 이내). 어느 것도 거창하지 않고, 어느 것도 의무가 아닌 것들이었다.


만드는 사람들이 쓰는 사람들이 되는 순간

돌아보면, 이 모임은 “AI 공부”가 아니었다. 매주 뭔가를 직접 해보고, 그걸 보여주고, 서로 반응하는 시간이었다. 에이전트 팀을 돌려보고, 플러그인을 발견하고, 크롤링 방법을 공유하고, 더미 데이터의 한계를 짚고.

3개월 동안 각자 만든 게 쌓여가는 걸 봐왔는데, 이번 주에 처음으로 “이걸 글로도 남겨보자”라는 말이 나왔다. 만드는 사람들이 쓰는 사람들이 되려는 순간.

도연은 도메인을 사는 김에 자주 쓸 도메인을 사겠다고 했다. joydoy.org.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속도로 시작하려는 것. 그게 이 모임답다.

이 글이 그 시작의 첫 번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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