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101 —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위한 30분 세션
AI 101 —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위한 30분 세션
회사 프로덕트 디자이너분들 대상으로 AI 기초 세션을 30분 동안 진행했다. 발표하면서 느낀 게, 디자이너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은 거의 없었다. AI를 처음 만나는 직장인 누구한테든 그대로 통할 이야기여서, 슬라이드를 글로 옮기면서 톤을 좀 더 일반화했다.
왜 이 세션을 준비했나
“AI 잘 쓰세요”라는 말을 회사에서 자주 듣는다. 근데 처음 챗GPT나 Claude를 켜본 사람들 반응을 보면 다 비슷하다. 얘한테 뭘 시켜야 할지를 모르겠다. 뭘 물어봐야 답을 잘해주는지도 모르겠고, 갑자기 엉뚱한 답이 튀어나오면 “이거 믿어도 되나?” 싶고, 어딘가 통제 밖에서 돌아가는 마법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한다.
내가 처음 AI 도구를 만질 때도 똑같았다. 그래서 이 세션의 1차 목표는 그 무드를 깨는 것이었다. AI를 마법이 아니라 “확률적 자동완성 기계”로 보는 관점만 잡으면, 좋은 프롬프트가 뭐고 왜 어떤 프롬프트는 망하는지가 자연스럽게 풀린다. 30분 안에 그 관점만 심어주면 충분하다고 봤다.
피그마 MCP를 회사에서 쓰기 시작한 시점이라 슬라이드 후반부에는 “Claude Code랑 피그마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같이 다뤘다. 디자이너용 시연이긴 했는데, 사실 외부 툴(슬랙, 노션, 깃허브, 데이터베이스 등)을 AI에 붙이는 패턴은 다 똑같아서, 이 부분도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그대로 쓸 수 있다.
세션 흐름 — 다섯 덩어리로 압축하면
세션은 12장 슬라이드였는데 회상해 보면 사실 다섯 덩어리였다.
1. AI는 갑자기 등장한 마법이 아니다
발표 첫 슬라이드부터 “AI라는 단어는 1950년대 튜링 테스트 시절부터 있던 옛 개념”이라고 못박고 시작했다. 그땐 컴퓨터 성능이 부족해서 “강아지는 무슨 소리를 내나요? → 멍멍” 정도가 한계였다. 그러다 2010년대 빅데이터, 2017년 구글의 트랜스포머, 2022년 OpenAI ChatGPT를 거치면서 대중화된 것뿐이다. 갑자기 등장한 게 아니라, 70년 묵은 기술이 마침내 일상에 닿은 것.
이걸 먼저 깔아두면 “AI = 신비로운 무언가”가 “AI = 기계적인 시스템”으로 바뀐다. 두려움이 줄어든다.
2. AI는 결국 자동완성 기계
세션의 가장 중요한 한 줄.
AI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 단어의 확률을 계산할 뿐이다.
“고양이가 어디에 있나요?”라고 물으면 AI는 다음 단어 후보를 확률로 줄 세운다. 박스 안 80%, 나무 위 10%, 방 안 5% — 그래서 “박스 안에 있어요”가 답으로 나온다. 전 인터넷을 학습했기 때문에 그 줄 세우기를 기막히게 잘하는 것뿐, 자아를 가진 마법사가 아니다.
이 관점이 잡히면 프롬프트의 본질이 보인다. “좋은 프롬프트 = 확률을 좋게 만드는 입력” 이다. 거꾸로 망하는 프롬프트는 모호해서 확률 분포가 여기저기 흩어진 케이스다.
3. 맥락이 토큰을 줄여준다
“내 피그마 파일 어디 있어?” 하고 AI한테 물으면 얘는 컴퓨터 전체를 다 뒤져야 한다. 토큰을 엄청 쓴다. 근데 “데스크탑 어딘가에 있을 거야”라고 한 마디 덧붙이면 범위가 좁아져서 빠르고 정확해진다.
memory.md, claude.md 같은 문서들이 이 역할을 한다. AI한테 미리 “우리 프로젝트는 이런 컨텍스트야” 를 적어 둬서, 매번 새로 찾아 헤매지 않게 만드는 것.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유행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마법의 주문이 아니라, 맥락 설계다.
4. Claude vs Claude Code, 그리고 MCP
여기서부턴 회사에서 실제로 쓸 도구 얘기. 둘이 같은 “계산기(Sonnet/Opus 모델)“를 쓰지만 능력치가 다르다.
- Claude — 브라우저로 대화하는 그 챗봇. 텍스트만 나온다. 글쓰기·문서 작업용.
- Claude Code — 터미널을 직접 제어한다. 컴퓨터 안 파일 접근, 외부 툴 호출, JSON 생성·실행 가능. 피그마 MCP를 쓰려면 얘가 필요하다.
이 둘 사이의 차이만 잡아도 사람들이 “Claude로 피그마를 어떻게 바꿔요?”라는 잘못된 질문을 안 하게 된다. Claude는 피그마를 못 만진다. 만지려면 Claude Code가 필요하고, 그 사이에 MCP라는 중간다리가 필요하다.
MCP는 비유하자면 통역사 겸 배달부다. 사용자가 “파란 버튼을 흰색으로 바꿔줘”라고 하면, Claude Code가 그 자연어를 JSON으로 번역해서 출력하고, MCP가 그 JSON을 피그마에 전달하고, 피그마가 실행하고, 다시 결과를 MCP가 받아서 Claude Code에 돌려준다. 한 바퀴 도는 구조.
(MCP 자체는 사실 “프로토콜(명세)“이고, 실제 다리는 Figma가 만든 MCP 서버다. 하지만 비유 단계에서는 “MCP가 다리”라고 하는 게 잘 통한다.)
5. MCP와 Skill은 다른 것
이게 가장 자주 헷갈리는 두 단어다.
- MCP = 외부 툴(피그마)을 직접 호출하는 행동. 호출 시점에만 토큰을 먹는다.
- Skill = AI가 먼저 읽고 가는 텍스트 매뉴얼(
skill.md). 항상 토큰을 먹는다(길수록 부담).
비유하자면 Skill은 *“우리 회사 가이드 문서”*고, MCP는 “외부 협력사한테 전화 걸기” 다. 둘은 같이 쓴다. 예를 들어 /create-figma-ui-screen 이라는 Skill 안에 “필요하면 피그마 MCP를 이용해 줘” 라고 적어두면, AI가 그 매뉴얼을 읽고 나서 MCP를 호출하는 식.
디자이너에게 던진 세 가지 팁
세션 막판에 정리한 핵심 메시지였다.
- AI = 자동 완성 — 신도 만능도 아니다. “엄청 똑똑한 자동완성 기계”를 전제로 깔고 프롬프트를 짜라.
- 맥락 · 타게팅 · 태스크 쪼개기 — MD 파일로 맥락 주고, 범위를 좁혀 타게팅하고, 큰 작업을 작은 단위로 자르기. 품질은 거의 이 셋에서 결정된다.
- 무리한 요구는 금물 — “화면 10장 넘게 그려줘” 같은 요청은 AI가 텍스트를 과생성하다가 토큰 초과로 MCP까지 닿지 못한다. 작게 자르는 게 답.
여담으로 — 피그마 MCP 세팅법 같은 건 그냥 Claude한테 “피그마 MCP 연결 방법 알려줘” 하고 물어보는 게 제일 정확하다. 웹서치 + 메모리 + 최신 문서를 조합해서 답을 예측해 준다. 어설프게 구글링하지 말 것.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똑같이 쓸 수 있다
세션 자료를 만들면서 더 분명해진 게 있다. 위 다섯 덩어리 중 디자이너 한정인 건 사실 없다.
- 마케터가 카피라이팅에 AI를 쓰든, 기획자가 PRD 초안을 뽑든, 영업이 고객 메일 답장을 쓰든 — 출발점은 똑같다. “AI는 확률적 자동완성이다”.
- 본인 분야의 자료를
memory.md같은 형태로 미리 정리해서 맥락으로 깔아두면 품질이 확 올라간다. 마케터면 브랜드 보이스 가이드, 영업이면 자주 쓰는 응답 템플릿, 회계면 회사 회계 룰북. - 외부 툴 연결도 마찬가지. 피그마가 슬랙·노션·구글 시트로 바뀔 뿐, MCP라는 “중간다리” 패턴은 그대로다. “Claude는 슬랙을 직접 못 만져요. 슬랙 MCP 서버를 거쳐야 만져요.” 이걸 이해하면 새 도구가 나올 때마다 0부터 다시 배울 필요가 없다.
- 작게 자르기, 맥락 주기, 결정론적이지 않다는 점도 직군 무관. 같은 프롬프트라도 매번 답이 살짝 다른 건 모든 LLM의 본질이다.
세션을 비전공자 친구한테 다시 한다고 가정해 보면, 슬라이드 12장 중 절반 정도(자동완성, 토큰·맥락, 디자이너 팁 세 가지)는 그대로 써도 된다. 나머지 절반(MCP·Skill 디테일)은 청자의 일상 도구에 맞게 비유만 바꿔 끼우면 된다.
한 줄 요약
AI는 자동 완성이다. 무서워 말고 맥락을 설계하라.
이 한 문장이 30분의 결론이었다. 디자이너에게 했던 말이지만, 사실 누구한테 해도 같은 말이다.
30분 세션 · 2026-04-21 · 슬라이드 12장